보도자료
[창립특집] 김철수 대한병원협회 명예회장 인터뷰
- 작성일
- 2025.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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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대한병원협회 명예회장. ⓒ병원신문.
■ 대한병원협회 창립 66주년을 맞은 소회와 축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먼저 창립 66주년을 축하드립니다.
대한병원협회 출범 이후 66년이라는 시간 동안 대한민국의 병원계는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며 이제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질적·양적 병원 인프라를 갖추게 됐습니다.
그 중심에 협회 또한 큰 몫을 한 것이 분명합니다.
협회는 단순히 회원병원들의 친목과 이해증진을 넘어서 의료계 대표단체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정립하며 성장을 주도해 왔습니다.
1970년대 후반기 정부의 보건 제도와 정책들이 쏟아져나오면서 병원협회가 병원계에 변화의 물결을 이끄는 한편, 본격적으로 정책 단체로서의 역할 변화에 나서며 유관단체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활발한 대정부활동을 전개해 온 성과입니다.
초대 김동익 회장님부터 제42대 회장인 이성규 현 회장에 이르기까지, 국민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회원 병원의 발전을 주도해 나가는 한편 건강한 의료시스템과 정책을 선도해 온 데 대해 감사드립니다.
■ 회장 재임 시절 가장 보람 있었던 성과나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는지요?
2007년 IHF 서울총회(제35차 국제병원연맹총회)의 성공적인 개최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울러 매년 개최하던 병원관리종합학술대회를 더욱 성장시켰고 해외 관계자, 정부, 국회, 언론 등이 국내의 우수한 병원 연구·교육·산업에 더욱 관심을 갖도록 참여를 유도했으며, 또 학술대회 등록인원과 병원관련 산업 전시회 참여업체를 대폭 늘려 행사의 질적·양적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적자가 이어지던 병협 재정의 안정화와 투명성 제고 노력을 통해 병협을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시켰고, 또한 IHF 서울총회 때 회장이었던 세계 석학들을 초청하기 위해 당시 연세대 지훈상 의료원장을 조직위원장으로 위촉하고, 저는 준비위원장을 맡아 성공적으로 총회를 치렀습니다.
대통령, 국회 등 국내 많은 주요인사들께서 참석하셨습니다.
특히, 총회 예산 21억원 중 15억원을 사용하고 6억원은 병원협회 발전기금으로 기부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명의식을 갖고 내 일처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회장직을 수행했습니다.
지금도 당시를 되돌아보면 뿌듯합니다.
여러 성과가 있었지만, IHF 서울 총회가 임기 중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라고 꼽을 수 있겠습니다.
또, 협회조직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개편과 직원들의 복지 향상 등에 노력했습니다.
2000년에 병원협회 부회장과 중소병원협회 회장이었을 때 당시 노관택 병협 회장님과 함께 전용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님과 김재정 의사협회장님을 설득해 병원협회가 법정단체로 지정되는 데 크게 기여했고, 이는 병협이 비로소 엄연히 법적 기반을 갖춘 단체로 위상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 2007년 제35차 국제병원연맹총회(IHF)를 서울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하셨습니다. 당시 준비 과정과 개최 의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IHF 서울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그 이전부터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일본, 중국, 말레이시아, 그리고 스위스, 멀리 브라질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습니다.
또한 국회, 정부, 서울시, 유관단체, 언론 등에도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데는 모두 알려 국제적 행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IHF 서울총회와 학술대회에는 전 세계 48개국 의료계 최고 석학들과 병원 최고경영자들이 참가했으며, 외국인을 포함해 3천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이는 IHF 총회 역사상 가장 성공적이고 큰 행사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IHF 서울총회 주제인 ‘유비쿼터스 의료’에 부합되는 각종 의료정보 시스템을 전 세계 병원 최고경영자들에게 선보이며 대한민국 의료서비스의 수준을 과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세계 속에 대한민국 의료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기폭제가 된 것에 큰 의미가 있습니다.
■ 재임 기간 중 의료기관평가제도, 자보수가 산정 기준, 상대가치점수 개선 등을 추진하셨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평가하신다면 어떠신지요?
2004년 시작된 의료기관평가제도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주최로 대한병원협회가 평가 사무국을 맡아 운영하는 방식으로 시작됐습니다.
초기에는 제도 전반에 걸쳐 분분한 의견들이 나왔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를 꾸준히 쌓아갔습니다.
병원협회는 의료기관평가 평가회 등을 통해 평가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사항을 모색하는 등 대응전략을 찾아갔습니다.
특히 평가와 동시에 인증에 따른 인센티브도 도입해야 제도의 취지가 올바르게 정립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건의했습니다.
의료기관평가제도는 이후 2011년부터 의료기관 인증제로 전환돼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의료기관이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제도로 자리잡았습니다.
의료기관의 전반적인 진료과정을 환자 중심으로 평가하며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국내 의료기관평가의 질을 진일보시키는 제도로 발전하는 데 병협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회장 재임 당시 정부는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일원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양 보험 수가를 일원화할 경우 종별가산율도 일원화해야 하는데 당시 자보 가산율로도 타산을 맞추지 못하고 있는 병원들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에 병협은 종별가산율에 있어 자보의 경우 건보보다 3차 기관은 15%, 2차 병원은 12%, 병원급은 1% 더 적용받고 있지만, 이같은 종별가산율로도 수지를 맞추고 있는 병원들이 거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아울러 자보 취급병원들의 경우 자보에서 수익성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자보의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의료계에서만 찾으려는 정부 대책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천명하기도 했습니다.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2003년부터 연구가 진행돼 2006년 그 결과가 발표된 것으로, 과목 내의 점수 재조정을 위한 가치 변동을 반영했습니다.
의료접근성 강화를 위해 흉부외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의 의료인력 분야와 화상, 전문재활치료의 총점을 10% 순증하고 의사비용과 병원비용을 분리한 것입니다.
병협은 상대가치점수 개편과 관련해 단계적 도입 후 자료보완을 통해 재조정할 것과, 위험도의 경우 재정중립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순증으로 반영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또한 필수 진료재료를 급여전환할 경우 적정수준으로 반영돼야 하며 실무검토시 임상 현장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기전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대부분 수용돼 2008년부터 상대가치점수체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매년 자료보완을 통해 다시 조정한다는 방향으로 제도화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이 같은 병협의 노력들은 병원계가 겪을 수 있는 재정적·행정적 부담을 최소화하고 제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었습니다.
이는 결국 병원계가 지속적인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더욱 충실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 EDI, B2B 사업 등 병원 경영 합리화와 회원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셨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현재 병원계에 남긴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당시 요양기관의 97% 정도가 사용해왔던 기존 진료비 전자청구방식인 VAN-EDI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주)KT 간의 계약이 만료되며 의약5단체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공동 EDI 사업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최종결정했고, 대한병원협회는 개별적으로 KT를 EDI 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각급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은 그 다음해 1월부터 기존보다 평균 31% 가량 인하된 새 요금으로 EDI 서비스를 제공받게 됐고, EDI 요금인하에 따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들은 연간 총 50억원 정도를 절감하는 수혜를 얻게 됐습니다.
또한 KT와 계약에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대해선 EDI 품질 향상을 위한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합의하며 보다 질 좋은 EDI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었습니다.
B2B 사업 또한 회원 병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병원에 종사하는 임직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인터넷 쇼핑몰 ‘KHAMALL’을 오픈, 병원용품은 물론 최신 가전제품까지 회원들에게 질 좋은 상품을 최저가로 공급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병원협회 포털사이트의 방문자 수를 급증시켜 국민들에게 ‘병원협회’를 인식시키는 효과를 부가적으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B2B 사업은 여러 가지 복잡한 여건으로 인해 좋은 취지만큼의 성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이같은 시도와 경험은 의미있는 자양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아직까지 이어져 현재 병원협회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 당시 병원 수가 합리화를 위한 노력과 지금의 수가 체계에 대한 견해를 말씀해주십시오.
당시에도 정부의 저수가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었고, 매년 진행되는 수가협상 또한 임금인상률과 물가상승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이에 ‘적정수가’에 대한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했고, 병원산업을 육성하고 경쟁력을 갖게 하기 위해선 불합리하고 과도한 정부규제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력한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습니다.
병원은 생명공학(BT), 신약, 첨단의료기기 등 고부가가치 미래 유망기술이 개발 활용되는 장소로 산업적 의미도 매우 큽니다.
병원협회는 국내 의료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으려면 의료산업화 추진이 필요하며, 의료를 비용 관점에서 바라보는 억제 위주의 정책보다는 의료의 질 향상 관점에서 바라보는 정책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저수가 문제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에 이어 2024년 의대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정 갈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극한의 어려움에 처한 병원계의 수가협상은 매번 깊은 아쉬움을 남게하고 있습니다.
필수의료 인력 확보를 위한 비용 증가와 물가·인건비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이 같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과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한 삶을 위해 더 늦기 전에 필수의료 확충과 이를 제공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적극적인 재정 활용을 위한 큰 진전이 있어야만 할 것입니다.
병원계는 여전히 의료 제도의 개선 등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 향후 병원협회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병원계는 많은 숙제를 갖고 있습니다.
이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한 마음 한 뜻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무엇인가 부족합니다.
병원계에서조차 각각의 목소리를 내는 데 집중하는 듯한 모습이 보여집니다.
병원협회가 이를 다시 하나로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합니다.
상급종합병원, 대학병원, 중소병원, 전문병원 등을 하나로 아우르는 대표 단체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병원계를 위한 제도 개선과 권익 보호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습니다.
병원계가 병협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공동의 권익증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될 것입니다.
정부, 국회와의 대정부 활동에 때로는 호의적으로, 때로는 강하게 행동할 수 있는 유연한 태도와 힘을 만들어야 합니다.
■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서의 활동과 병원협회에서의 경험이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 들려주십시오.
병원협회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구조적인 한계들을 가까이에서 마주해 왔습니다.
특히 병원은 단순한 진료기관을 넘어, 지역사회의 건강과 안전을 지탱하는 공공의 책임 주체라는 점을 수많은 현장에서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경험은 지금 대한적십자사 회장으로서 적십자 미션을 수행할 때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습니다.
적십자병원은 명실상부한 공공보건의료의 핵심이며,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공적기관이기 때문입니다.
적십자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가장 먼저 내세운 약속이 ‘지속 가능한 공공 보건의료 기반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협회에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구호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행으로 연결할 수 있었습니다.
직접 진료하는 우수한 병원장을 초빙하고, 병원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한 인적 쇄신을 단행한 것도, 의료의 질이야말로 공공의료의 지속가능성을 지탱하는 핵심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의료현장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 중 하나였던 의료취약계층 지원은 지금 언제나 누구나진료하고, 진료받을 수 있는, ‘누구나진료센터’를 통해 구체화 되고 있습니다.
인천을 시작으로 통영, 서울, 최근에는 상주에 누구나진료센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누구나진료센터는 의료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외국인노동자, 이주민, 도서 지역의 어르신들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모두 병원협회에서 쌓아온 정책적인 이해와 네트워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민간병원의 지속 가능성과 병원 경영에 대한 고민은 지금 적십자병원의 재정 기반 마련으로 이어졌습니다.
제가 적십자회장으로 취임하여 2억원을 기부했고, 후원자와 국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병원을 살리기 위한 기금과 정부예산을 확보하고자 애써온 것도 결국 의료기관이 스스로 자립하면서도 공공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노력의 연장선입니다.
약 2년간 다양한 자구책을 시도해왔는데 나름의 성과를 점차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원의 현실이 상당히 녹록치 않습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전체 의료기관 대비 공공의료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5.2%, 병상수를 기준으로 할때는 9.5%로 OECD 주요국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입니다.
부족한 공공의료 공급상황에서도 메르스나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과 맞서 싸우고 의료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의료취약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등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병원은 불투명한 지속가능성 앞에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적십자는 서울, 인천, 인천재활, 통영, 상주, 거창, 영주 등 총 7곳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역에서 원활한 공공보건의료사업을 수행하자니 의료손실을 감당할 수밖에 없고 의료손익을 개선하자니 공공병원으로서 비급여 진료에 대한 비중을 높여 수익성만을 추구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무엇보다도, 의료취약지역에 적십자병원들이 있다보니 공공병원 특성상 의사인력 구인난 문제가 상당합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의 의사보다 2~3배에 이르는 인건비를 제안해도 구인난은 개선되지 않아, 급성기 환자를 돌보지 못할까 걱정이 큽니다.
정부에서 보다 관심을 갖고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한다고 봅니다.
의료인력이 정상적으로 수급될 때까지 인력기준을 한시적으로 완화해 주길 바랍니다.
■ 대한병원협회와 병원계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나 조언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립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병원이라 할지라도 공공성을 염두에 두고 운영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병원은 지역사회와 함께 상생하며 지역민들을 위해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며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챗gpt 시대에 살아가며 너무나 빠른 변화 속에 조급함을 안고 계실지 모를 분들에게 저의 좌우명인 ‘천천히 가더라도 바르게 가라’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후배분들께서도 이웃을 돌보고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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